앞선 글에서 권리분석이 왜 중요한지,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알아보았습니다. 이번에는 실제로 경매에 참여할 때 어떤 방식으로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부등본을 해석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겠습니다.
권리분석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, 핵심만 파악하면 누구나 충분히 따라올 수 있습니다. 특히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 목적이든, 내가 낙찰받은 집에 예상치 못한 비용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권리분석이 필수입니다.
예를 들어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 세입자가 있다면, 낙찰가 외에 추가로 수천만 원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고, 등기부등본에 지상권이나 가처분 같은 권리가 남아 있다면 그 집을 사용하거나 되팔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. 이처럼 권리분석은 위험을 줄이고,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과정입니다.
1. 사례 ① 세입자 보증금, 낙찰자가 떠안게 되는 경우
[물건 개요]
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아파트 / 감정가 2억 8천만 원
매각물건명세서 요약
- 임차인: 김OO
- 전입일: 2022년 1월 5일
- 확정일자: 2022년 1월 10일
- 보증금: 1억 원
- 배당요구: 안 함
분석: 이 임차인은 실제 거주 중이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받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. 하지만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, 낙찰자가 보증금 1억 원을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.
즉, 이 물건은 겉보기에 감정가 2억 8천만 원이지만, 사실상 1억 원은 추가 부담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가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.
이러한 물건은 투자자들 입장에선 피해야 할 위험 물건일 수도 있고, 반대로 입찰 경쟁이 적을 수 있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. 하지만 초보자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.
2. 사례 ② 어떤 권리는 사라지고, 어떤 건 남는가?
[물건 개요]
서울 도봉구 다세대주택 / 감정가 1억 5천만 원
등기부등본 요약 (을구 기준)
- 2021.05.10 – A은행 근저당 (채권최고액 1억 2천만 원)
- 2022.03.01 – B금융 가압류
- 2023.01.15 – C씨 전세권 설정 (보증금 5천만 원)
분석: 이 물건의 말소기준권리는 가장 먼저 설정된 A은행의 근저당권입니다. 이보다 뒤에 생긴 가압류와 전세권은 낙찰과 동시에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.
세입자가 있다고 해도 낙찰자가 그 보증금을 물어줄 필요는 없습니다. 즉, 이 물건은 말소기준권리가 명확하고 인수할 권리가 없는 안전한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. 이처럼 권리분석을 잘하면, 입찰 전부터 ‘위험 없는 물건’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.
만약 전세권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설정되어 있었다면, 낙찰자가 그 권리를 인수해야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꼭 ‘설정된 순서’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.
3. 실전 권리분석, 이렇게 연습하세요
① 매각물건명세서에서는 임차인의 전입일, 확정일자, 배당요구 여부를 확인하세요. 이 세 가지가 세입자의 권리를 판단하는 핵심입니다.
② 등기부등본에서는 ‘을구’의 순서를 기준으로 가장 먼저 생긴 담보권이나 권리가 말소기준권리입니다. 이보다 늦게 생긴 권리는 대부분 사라지고, 이보다 앞선 권리는 인수될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봐야 합니다.
③ 현장 방문(임장)도 필수입니다. 실제로 세입자가 거주 중인지, 혹은 집이 비어 있는지에 따라 권리 판단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. 이 부분은 매각물건명세서에 나온 내용을 넘어서서 현장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.
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, 두세 번만 실전 사례를 분석해보면 점차 감이 잡히고 실수할 가능성도 크게 줄어듭니다.
결론: 권리분석은 실전 감각이 답입니다
권리분석은 단순히 문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, 문서를 통해 어떤 위험이 있고,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작업입니다. 특히 말소기준권리와 세입자의 권리 여부만 잘 분석해도 경매에서 실패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.
이번 글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서류 속 숫자와 날짜만 제대로 읽어도 큰 도움이 됩니다. 현장 방문과 더불어, 낙찰 후 어떤 절차가 남아 있는지도 미리 생각해보면 훨씬 실전 감각이 살아납니다.
다음 글에서는 ‘점유관계 확인’과 ‘명도 전략’에 대해 실제 임장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.